핀란드가 유치원에 해당하는 만 3세 단계부터 미디어·정보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깊이 통합하며 ‘가짜뉴스 면역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와 1340㎞에 이르는 긴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특성 속에서, 외부의 선전과 허위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교육으로 이어진 것이다.
핀란드는 수십 년 전부터 학생들이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분석하고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 전반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반영해 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 허위정보 확산이 심화되고, 2023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뒤 정보전 위험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공지능(AI) 리터러시의 중요성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헬싱키시 교육 담당 전문관 키이아 하칼라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한 학습 능력을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시민적 역량”이라며 “국가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환경에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사실을 구분하는 힘이 곧 민주주의의 방어선이라고 설명했다.
헬싱키 북부에 위치한 타파닐라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초등학생들에게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기사 제목과 짧은 본문을 함께 살펴보며 정보의 출처, 표현 방식, 사실 여부 등을 분석하고, 어떤 요소가 신뢰성을 떨어뜨리는지를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시각 정보에 대한 수업도 강화됐다. 이 학교의 교사이자 부교장인 빌레 반하넨은 “학생들은 이미 여러 해에 걸쳐 허위정보에 대해 꾸준히 학습해 왔다”며 “AI 기술 확산으로 사진과 영상까지 조작이 가능해진 시대에는 이런 교육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이미지가 AI로 생성된 것인지, 영상이 편집·조작된 것인지를 의심하고 점검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언론계도 학교 현장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주요 언론사는 매년 ‘신문 주간’을 운영해 청소년들이 실제 뉴스 콘텐츠를 교실에서 직접 읽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돕고, 기사 제작 과정과 저널리즘 원칙 등을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또한 핀란드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입문서를 제작해 전국의 고등학교 진학 예정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 책자는 뉴스와 광고, SNS 콘텐츠를 구분하는 법, 클릭베이트를 판별하는 기준, 출처 검증 방법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들의 비판적 수용 능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란드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1990년대부터 이미 정규 교육과정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 교육에 그치지 않고, 허위정보에 취약할 수 있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정보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장기적인 투자와 정책 일관성 덕분에 핀란드는 유럽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안데르스 아들레르크레우츠 핀란드 교육부 장관은 “허위정보가 민주주의와 공공 제도를 직접 위협하는 시대가 됐다”며 “교육을 통한 대응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마인드셋 포스트 이보배 기자 (themindset@naver.com) |







